패션 업계가 2024 봄·여름(SS) 시즌을 앞두고 낡고 구멍난 디테일에 주목하고 있다. 이번 시즌 트렌드로 ‘그런지 룩’이 주목받으면서다.
그런지 룩은 먼지, 때 등 지저분한 것을 뜻하는 ‘그런지(grunge)’에서 비롯한 표현으로 1990년대 인기 음악 장르인 ‘그런지 록(Rock)’과 함께 처음 등장했다. 당시 그런지 록 밴드 뮤지션들이 즐겨 입었던 낡고 오래 된 옷이 그런지 룩이라는 패션 스타일로 자리 잡은 것이다. 찢어진 청바지, 구멍난 스웨터, 기워 입은 듯한 셔츠 등이 대표적이다.
무신사는 지난해 9월 ‘24SS 시즌 프리뷰’를 통해서 올해 봄·여름 시즌 패션 트렌드 키워드 중 하나로 ‘그런지 리바이벌(Grunge Revival)’을 선정한 바 있다. 패션 업계 전문가 및 트렌드 분석 기업과 함께 지난 3년 간의 패션 트렌드 흐름을 분석한 결과 더티 페인팅이나 디스트로이드(destroyed) 디테일과 같은 그런지 무드가 재조명된다고 예측한 것이다.
실제로 무신사 검색어 데이터를 분석한 결과, 지난 8일부터 21일까지 2주 간 ‘그런지룩’ 검색량은 직전 동기간과 비교해 45%가량 증가했다. 아이템별로 살펴보면 그런지 니트, 후드, 데님을 주로 찾은 것으로 나타났으며 비슷한 스타일인 ‘데미지 데님’ 검색량도 40% 이상 늘었다.
도프제이슨, 쿠어, 우알롱 등 주로 미니멀하고 모던한 스타일을 선보이던 브랜드도 그런지 룩 트렌드에 힘을 싣고 있다. 대표적으로 우알롱은 의도적으로 올을 풀거나 구멍을 내어 펑키하고 빈티지한 니트 2종을 선보여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소매와 넥라인이 자연스럽게 해진 디테일로 과하지 않은 그런지 룩을 연출할 수 있는 것이 특징이다.
티셔츠나 후드티도 빈티지한 디테일을 강조한 스타일로 등장하고 있다. 스트릿 패션 브랜드 낫포너드는 어깨, 주머니 등이 부분적으로 찢어진 디자인의 후드 티셔츠를 선보였다. 총 3가지 색상으로 발매된 해당 상품은 오버핏 실루엣에 색이 바랜 듯한 피그먼트 워싱을 적용해 빈티지한 느낌을 극대화한 것이 특징이다.
여성 고객들도 그런지 룩 트렌드에 주목하고 있다. 20대 여성을 중심으로 팬덤을 형성한 비터셀즈는 과감한 워싱과 찢어진 디테일이 돋보이는 ‘하트 포켓 데미지 데님’을 발매했다. 해당 제품은 3500개 이상의 누적 좋아요 수를 기록할 만큼 인기 상품으로 떠올랐다.
무신사 관계자는 “색이 바래고 때가 탄 것을 편하고 자연스러운 멋으로 여기는 ‘그런지 룩’이 젊은 고객층을 중심으로 재조명받고 있다”라며, “옷차림이 가벼워지는 봄·여름 시즌에 특히 데일리룩으로 연출하는 ‘그런지 코어(grunge+core)’ 트렌드가 더 두드러질 것으로 예상된다”이라고 말했다.